웃음, 놀이[flowers&ball]

[스크랩]성균관 스캔들, 그들의 유쾌한 반란의 나날은 계속된다

윈터원더랜드 2010. 11. 4. 15:32

이스론 2010.11.03 20:27

 

성균관 스캔들 관련 첫 글을 썼을 때,

"유생들의 유쾌한 나날들이 기대 된다"고 제목을 지었었다.

원작 제목을 살짝 빌려 온 것이지만 "유쾌한"이란 관형어는

글쓴이가 갖다 붙인 감상에 의거한 단어이니

오리지널리티를 한 25%는 가져간다고 치고...

 

마지막회를 보고난 지금, 첫 글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그 제목에 아주 충실한 마무리에 비교적 흡족한 기분이다.

이리 유쾌함이 마지막 회 후반부에 자리하고 있을 줄이야. ㅎㅎㅎ

뭐, 시청자에 따라서는 이게 뭐야! 하고 불만을 제기할 수도 있겠으나

이 시청자는, 지금도 웃음이 나서 글을 제대로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 ㅎㅎ

 

전반부는 진지했다.  윤희가 하인수의 추적을 받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하던 많은 사람들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이선준 유생 무죄방면이라는 금상의 비답을 받는 자리에 여유롭고 당당하게 금등지사를 올리며 찾았다고 뿌듯해 하고

임금님을 비롯한 임금님의 지지 세력인 영상과 정박사도 윤희를 대견해하며 흐뭇해 기뻐한다.

윤희에게 아들을 구해주어 고맙다, 윤희 아비가 마땅치 않았으나 목숨을 바라지 않았다, 원망치 않았느냐는 좌상의 말에

벗을 구하는 게 치하 받을 일은 아니다, 원망이 아니라 경계로 삼아 가고자 하는 방향을 잃기 보다는 소신을 지키겠다는

역시 대물다운 발언으로 좌상을 감복시킨다.

 

돌아온 잘금 4인방은 이제 됐다며, 조만간 곧 도래할 새로운 세상에 대한 기대에 한껏 부풀어 자축의 술잔을 부딪친다.

여림이 취해서 나는 움직일 수 없으니 이 방에서 자겠다며 널부러지고,

여림의 방으로 가라고 해도 눈치도 없이 내 방이 여긴데 어딜 가냐며 다 같이 자자는 대물에,

하는 수 없이 걸오도 가랑도 함께 넷이 엉기어 한 방에서 뒹굴며 자는 모냥새가 참으로 가관일세.  ㅎㅎ

그러면서도 애틋하고 서로를 끔찍이도 위하고 아껴주는 진정한 벗들의 허심탄회한 어울림이 무척이나 보기가 좋았다.

노론에, 소론에, 남인에, 중인에, 각자 다른 곳에서 온 벗들이 한 데 뭉치니 대동세상이 따로 없음이다.

여림의 말을 빌어 "안 어울릴 수록 과감하게 깔 맞춤"이 딱 떨어지는 풍경이다.

끼리끼리 뭉쳐다니는 게 당연한 세상 안에서, 서로 달랐지만 서로에게 동화되어 잘 어울리는 깔 맞춤이 된 것이다.

 

 

그러다 하인수가 효은에게서 김윤식이 계집임을 확인하여 아비 병판에게 고하고,

병판은 금등지사를 공개하지 못할 빌미로서 김윤식의 정체를 비장의 카드로 내밀 꿍꿍이를 가진다.

병판이 사실을 좌상에게 이르고, 좌상이 금상에게 고하며 금등지사를 찾게 한 유생이 계집이라,

삼강오륜의 법도를 무시한 폐주가 되겠느냐며 임금님을 협박하고

이를 확인코자 집에서 단장하고 선준을 기다리던 윤희를 임금님의 군사가 납치하여 금상이 직접 문초하기에 이른다.

효은이 일말의 양심이 있어 여림에게 이 일을 알리지만 이미 사태는 벌어졌고 남은 3인방은 사색이 되어

어떻게 윤희를 구명할 것인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게 되었다.

 

정박사는 모든 허물을 자신에게만 물으라, 학문과 삶이 다르지 않음을 윤희에게서 배웠다,

서학의 평등 사상에 감화되긴 하였으나 단지 학문일 뿐 믿고 따르는 군주는 금상 뿐이라,

처분과 처결을 청원하지만 시대는 어쩔 수 없는 조선 시대...  공맹의 도리와 삼강오륜이 절대적이라 금상은 고민이다.

3인방은 임금님을 뵙고 나온 정박사 앞에서 윤희의 구명을 처절하게 호소하는데,

생각보다는 가라 앉고 담담하고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선준에 비해 비통하게 울부짖으며

아무일 없을 것이라 말해 달라 애걸하는 재신에,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울먹이는 목소리의 용하가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선준의 감정이 그들보다 덜 해서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구할 수 있을까를 더 염두에 두었던 것일까,

아버지인 좌상께 무릎 꿇고 절 하며 읍소하니, 좌상이 내 아들 맞냐며 반문할 정도로 모든 것을 내던졌다 할 수 있겠다.

아들 한 마디에 모든 노론의 원성을 사게 된 좌상의 태도 변화가 다소 억지스럽지만 자식 이기는 부모 있던가. 

이를 계기로 노론이 시파와 벽파로 분열되는 역사적 사건을 암시하고 있는 듯도 하다.

 

 

자식을 못 이기는 것은 금상도 마찬가지, 대사례 때부터 아비를 자처한 정조는 당돌한 선준의 요청에

그만 금등지사를 포기하고 오로지 금상의 의지만으로 노론 세력과 대립하여 화성 천도의 뜻을 펼치기로 한다.

노론 제압이 아니라 화성 천도의 본래 목적인 백성을 위하는 길로 회귀하여 참된 주군으로서의 면모를 다졌다.

금등지사를 윤희 보는 앞에서 손수 태우시며 임금님의 꿈인 조선의 내일을 오래도록 기억해 달라,

기억속에 살아가게 해 달라 당부 하시며 그렇게 아버지에 대한 회한을 접는다.

 

자식을 못 이긴 또 한 명, 병판은 초선이 윤희를 위기에서 구하고자 병판을 거스르려 무사 복장으로 나섬에,

하인수가 초선을 감싸고 도니 병판은 당황스러우나 별다른 수를 쓰지 못하고 결국 사헌부에 잡히는 최후를 맞이한다.

부드러운 칼쑤마 금상께서 좌중의 대사신료들을 압도하며 추상같은 목소리로 의지를 펼치시는데,

어디 감히 병판 따위가 금상 말씀하시는데 끼어들어 판을 깨뜨리려 하는지 원.  잡혀가도 백번 싸다.

 

못 이기는 것은 작은 아버지도 포함되는데, 비록 돈에 넘겨준 족보이긴 하나 사람 정신 못차리게 하는 달변으로

족보의 사연을 정당화 시키는 용하에게 작은 아버지 뻘의 유림은 함께 모인 유림들과 너털 웃음을 웃는다.

 

 

이렇게 무사히 윤희도 풀려나고 좌상은 윤희를 며느리로 맞으려 청을 하며

걸오와 여림은 가랑과 대물의 앞날을 축복하고

역사와 이들의 미래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는데....

 

 

마지막에서는 시간이 흐른 뒤의 잘금 4인방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시즌 2는 완전히 물 건너 간 건가... 흑...  ㅠ.ㅠ)

제목에서, 글쓴이는 그들의 "유쾌한 반란"이라고 했다.

그들은 새로운 조선으로 향하는 문을 여는 결과를 비록 목도하지는 못하였으나 꿈은 꾸어보았고 근접도 해 보았으며,

역사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좌절된 상황에 비관하거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또 다른 시도를 하는 게 아니라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그 시대의 흐름에 반란을 하고 있었다.  그것도 즐겁고 긍정적이고 매우 유쾌한 방식으로.

 

우선 용하는, 성균관 유생 출신임에도 출사의 길을 과감히 버리고, 자신의 특기와 장기를 살려 포목점을 내었다.

직접 깔 맞추어 옷을 지어주며 유행을 선도하는 조선시대 아방가르드 드자이너 여림 선생 되시겠다.

성균관에 입학하는 사람은 누구나 그 최대 목적은 대과 준비에 대한 혜택이 그 으뜸일진데, 그 모든 과정을 버리고,

그리고 온전한 양반이 되길 바라는 자기 아버지의 숙원도 저버리고, 마음 내키는 길을 따라

자신이 가장 자신 있고 잘 할 수 있는 포목점 상인이 된 것이다.  정해진 길을 따르지 않고 본인이 길을 낸 것.

어찌 반란이라 하지 않을 수 있는가.  게다가 본인이 선택한 그 일을 좋아하고 즐기며 기뻐하니 유쾌하기도 하다.

어찌 그런 재주를 가졌냐는 여인네의 감탄에 "나 구용하다~"를 빼먹지 않는다. ㅎㅎ

그 와중에 팔랑팔랑 날리는 청벽서를 보고 용하가 한 마디 한다.  "이 친구 또 시작이군."

(덧. 효은과 여림은 결국은 커플이 아니었던 건가...  그 스포는 뭐였나 여림 군, 응?)

 

 

그 친구의 주인공은 재신이다.  걸출한 문장력이 아깝게 시리 문관이 되지 않고 무관의 길을 택했다.

아마도 "머리골 아픈 건 딱 질색이다"라고 한 말은 그냥 둘러대려고 그런 것 만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문관이 되면 정사를 돌봐야 하고, 정사를 돌보게 되면 의견 대립과 충돌은 피할 수 없을 터,

당색과 당론으로 피튀기게 싸우는 꼴에 신물을 느끼던 재신이었으니 그 사이에 끼고 싶을 리 만무하다.

만일 의견 대립이 일어나면 불같은 성미에 하루에 열두번도 더 일을 칠 수도 있을테니 워워... 백번을 생각해도 무리다.

그래서 머리 안 쓰고 몸 쓰는 무관의 길을 택한 것이고, 몸을 쓰면 생각을 많이 하지 않아도 되니 좋다고 하기도 했고,

그렇게 이제는 미친 말이 아닌 제법 단련된 준마로서 뛰어다니는 게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재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탁월한 문장력은 숨길 수가 없으니, 지붕 위를 뛰어 다니며 청벽서를 붙잡아서 한다는 소리가

틀린 글씨가 많다는 지적질이라니 ㅋㅋㅋ 그것도 빨간 색으로 친절하게 고쳐주기까지 하면서 말이다. ㅎㅎㅎ

아니 무관이 되어서 도성을 어지럽히는 녀석을 잡아야 마땅하거늘 틀린 글의 지적질만 하고 놓치다니

이 또한 재신 나름대로의 기존 질서에 대한 반란이다.  잡아들이지 않고 술래잡기를 하듯 그렇게 놀이를 하듯

잡았다 놓아주니 상당히 즐겁기도 할 것이다.  게다가 꽤나 깜찍하고 귀여운 계집애라..  딸꾹질이 도졌다.  ㅎㅎㅎ

그러면서 괜한 투덜거림을 내 뱉는다.  "대체 요즘 성균관에서는 애들을 어떻게 가르치는 거야!"

(유생이라고 단정짓는다.  그렇다는 것은 여자가 공공연히 쉬쉬 하며 유생이 될 수 있는 세상이라는 건가?)

 

 

그리고 장면은 성균관 앞뜰로 바뀐다.  아담한 체구에 단아한 몸짓의 박사를 유생들의 무리가 뒤따른다.

한 유생이 박사에게 제 점수가 이상하다며 질문을 한다.  뒤 돌아본 박사는 윤희다.  윤희가 방긋 웃으며 친절히 답하니

그 어여쁜 용모에 유생들이 황홀경에 빠진다.  그 자리를 불쑥 끼어든 또 다른 박사, 선준이다.

질투에 사로잡힌 선준이 유생의 태도에 트집을 잡으며 불통을 준다.  그러자 윤희가 반박하며 저 유생은 통이라 한다.

티격태격 옥신각신 통이네 불통이네 다투고 있는 자리에 아직도 중앙에 진출을 못한 대사성 영감이 버럭하며 나선다.

윤희가 여인임에도 성균관을 무사히 졸업하고 거기에 한 술 더 떠서 성균관의 박사라니, 이런 반란이 또 있는가.

그것을 숨기고 윤희와 알콩달콩한 혼인 생활을 즐기는 선준 또한 가담자라, 반란의 동지일 수 밖에.

게다가 그들의 가르침이 단지 학식에 지나지 않을 것임은 자명한 사실, 유생들에게 그들의 가치관과 사상을 심어주어

유생들이 미래의 관원이 되었을 때 기존의 부조리와 차별을 그르다며 고칠 수 있게 할 터를 닦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 미래를 그려가노라면 얼마나 통쾌하고 멋질 것인가.  그들이 직접 이루지 못한 것을 차세대를 통해 이루는 것이다.

그들의 제자 중에 청벽서가 있다면 그는 특히 윤희의 꿈과 맞닿아 있을 것이며, 자그마한 희망의 씨앗이리라.

(덧. 윤희가 박사가 된 것은 아버지를 따르기도 함이요, 유박사가 말 했던 바를 실행하기도 함인 듯 하다.)

 

 

얄미울 정도로 깨가 쏟아지던 선준과 윤희의 합방 장면은 서비스다.

선준이 극 초반에 "날 싫어하는 건 어쩔 수 없으나 틀렸다는 건 용납 못한다." 고 하더니

이제는 거꾸로 "날 틀렸다 하는 건 어쩔 수 없으나 싫어하는 건 용납 못한다."고 하질 않나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오현경 여사가 키스를 글로 배웠다더니, 선준이 딱 그 짝이다. ㅎㅎㅎㅎ

뭐가 서툴러서 아직도 빨간 책을 끼고 공부를 하는가. ㅎㅎㅎㅎ  아 미치겠다.  ㅎㅎㅎㅎ

이 글을 쓰면서 또 이리 웃음이 터지니 이 예쁜 사람들을 대체 어찌 떠나 보낸단 말인가, 응?

 

여림, 걸오, 대물, 가랑 - 이 사랑스럽고 예쁘기 그지 없고 심지 굳으며 인생을 충실히 산 친구들 덕분에

드라마 보는 내내 행복했다.  드라마는 끝났지만 폐인은 끝나지 않았다는 기사와도 같이,

아마 글쓴이에게도 오랫동안 성스앓이는 계속 될 것 같다.

 

22화 정도 였으면 좋았을 걸, 그럼 좌상과 노론의 대립도, 초선의 얘기도, 다른 유생들 미래도, 그려질 수 있었을텐데,

약간은 다급하고 어설픈 전개와 시간에 쫓긴 무리한 진행이 조금 아쉬운 마지막회 20화였으나 돌이킬 수는 없는 일.

 

이제는 원작 소설과 드라마 다운로드로 행복을 이어가야 겠다.

글쓴이는 무언가에 어지간 하면 빠져들기 어렵지만, 일단 한 번 빠지면 심각하게 헤어나오지 못하는 성향이라.

한동안은 계속 허우적 거릴 것이다. 

 

 

 

이토록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 주신 배우 분들, 연출진분들, 작가님, 스텝분들,

모두모두 정말 고생 많으셨고 참으로 고맙습니다.

그리고 글쓴이의 모자라고 부족한 글들을 찾아주시고 읽어주시고 공감해 주신 모든 분들께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이상 이스론의 두런두런 스물아홉번째 마침.  2010. 11. 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