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놀이[flowers&ball]

[스크랩]잘금 4인방, 굴레를 벗어 던진 그들의 아름다운 행보

윈터원더랜드 2010. 11. 3. 03:06

아름다왔다.

정말 아름답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19화였다.

시리도록 눈이 부시고 찬란히 빛나는 그들의 얘기에

그 이상의 찬사가 있다면 얼마든지 보내고 싶지만

현재의 단어 구사력으로는 아름답다는 단어밖에 없다는 것이

무척 애석할 정도로 19화는 그렇게 그려졌다.

 

 

그들의 우정이 아름답고, 신념이 아름답고, 실행이 아름답고,

솔직함과 눈물과 노력과 의지와 과정과 그 결과가 아름다왔다.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 그 정의와 개념을 새로 세운 그들...

 

 

지켜야 할 것은 가문과 체면이 아니라 신념과 정의였다.  지켜야 할 것은 허세나 자존심이 아니라 신의였다.

지켜야 할 것은 분노와 복수심이 아니라 진심이었다.  지켜야 할 것은 단념이나 안위가 아니라 약속이었다.

젊음...  청춘... 그들은 그렇게 그 아름다움을 유감 없이 발산하고 있었다.

서로가 한 몸인듯, 그렇게 마음이 통하고 뜻이 통하고 한 곳을 향해 하나의 방향을 보며 미래를 열고 있었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네 명의 주인공들은, 19화가 되어서야 비로소 그들에게 씌워져 있던 "고약한 굴레"를 완전히 벗고

한층 성숙된 마음가짐과 행동으로 권력과 불의에 맞섰다.  번데기에서 나비가 되려 허물을 벗고 비상의 준비를 한다.

 

 

이선준은 부상을 입은 재신을 보호하기 위해 홍벽서를 자처하며 장의가 성균관에 무리하게 끌어들인 관군에게 잡혀간다.

(예고를 잘 못 알아 먹어 홍벽서로 대신 활약하는 줄 알고 기대했던 나는 뭔가...  ㅡ.ㅡ;; 이선준 상유 미안하네.)

내가 살고자 남을 희생하는 게 당연하다는 것은 옳지 못하며, 잘못을 덮으려는 것 또한 또 다른 잘못이라,

의를 따르고, 신의를 지키고, 목숨 걸고 정도를 지키겠다며 감히 아비에게도 심지어 금상께도,

옥 속에서도 단정하고 깔끔한 태도를 유지하며 참된 원칙과 도리가 무엇인지 고하고 뼈마디마디마다 되새기며

한 치의 망설임이나 흔들림 없이 쉬운 길 보다 어려운 길을 택하면 실패를 하더라도 후회는 없을 것이다,

핏줄을 물려주신 아버지도, 뜻을 물려주신 아버지도 원망한 적은 있으나 가슴으로 저버리지 않았다 하며

선비의 뜻과 기개를 굽히지 않는 이선준은 사랑하는 여인 앞에서마저도 자신이 옳다고 믿는 소신을 말한다.

그럼으로써 선준은 사대부라는 비겁한 기득권의 사상과, 화합 및 대동에 반하는 고정된 가치관의 틀을 부수었다.

금등지사를 찾으면 더 이상 좌상 대감의 아들로 살 수 없을지라도 죄인으로 사는 것 보다는 낫다는 선택을 한 선준.

더 이상 그를 동여 맬 어떠한 수단도 그의 신념 앞에서는 무용지물이 된 것이다.

 

 

 

구용하는 이제까지와 달리 임기응변이 아닌 정면돌파로 승부했다.

"나 구용하다~" 하며 무엇이든 어떤 수를 써서든 뒷거래를 이용해서라도 해결사를 자처하던 그가,

온전한 양반이 아닌 본인의 입장을 깨끗이 인정하고 더 이상의 편법이나 술수를 쓰지 않으며

자신의 신분이 더 이상 장의에 의한 협박의 수단이 되지 않도록 모든 것을 밝힘으로써 재임에서 물러나기로 하고,

대신 온당한 방법으로 이선준을 구명할 방도로서 김윤식에게 그 일을 위임하여 권당을 열도록 한다.

그렇게 딱딱하게 표정이 굳어지고 웃음기 없이 약간은 의기소침하기까지 한 여림은 처음이었으나,

그건 허세와 가식이라는 껍데기를 깨뜨리고 본연의 모습을 찾으려는 데에서 비롯된 아픔일 것이다.

그 껍데기를 깨자 웬걸, 용하는 다시 웃었다.  전보다 훨씬 홀가분하게, 그리고 마음껏.

그리고 신분에 구애받지 않는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절친의 무사함을 기꺼워하며, 또 그렇게 자유의 날개짓을 한다.

 

 

 

문재신은 10년 동안 아버지를 원망하고 비난하던 지옥 속에서, 세상을 냉소하며 권력을 증오하며 분기를 참지 못하던,

자신만이 아픔을 짊어지고 있다는 그 오만한 속박에서 벗어났다.  아버지께 잘못했다고, 몰랐었다고 참회하는 눈물...

걸오는 그 동안 속으로만 울었었다.  이제 온 몸을 뒤덮고 있던 얼음장이 녹아 마치 눈의 여왕에 붙잡혀 있던 카이가

눈물을 흘려 심장에 박혀 있던 마귀의 거울 조각을 빼어 내듯, 그렇게 그 눈물과 함께 얼어있던 속박이 녹아내렸다.

그리고는, 원수도 노론의 아들도 아닌, 단지 자신을 대신해 그리고 의를 위해 기꺼이 감옥에 갇힌,

사랑하는 여인의 정인이자 마음을 나눈 진정한 벗을 구명하고자 홍벽서를 날린다.  그것도 한글로 쓴 호쾌한 홍벽서.

유소와 권당을 위해 궁으로 가는 행렬에 참석코자 갓쓰고 도포 두른 모습으로 드라마상에서 최초로 등장!!

제작 발표회 당시와 홈페이지에서만 보던 그 모습이 대체 언제 나올까 기다렸건만 이 날이었던가.

다소 어색하고 쑥쓰럽지만 임금님을 뵈오러 가는 길에 흐트러진 차림새를 할 수는 없으니 어쩔텐가. ㅎㅎ

하지만 마음의 자유를 얻었으니 옷차림새는 크게 상관이 없으리라.

 

 

 

김윤희는 앞 날을 생각하지 않겠다던, 눈 앞의 현실만을 고집하던 굴레를 벗었다.

용하로부터 유소와 권당을 위임 받고, 장의의 협박 및 명분의 부족으로 다른 유생들을 설득할 수 없음에 좌절하나

끝끝내 해내고야 마는 불굴의 의지로, 그리고 대사성 영감의 묘수, 용하와 재신의 도움으로 명분을 만들어내고

권당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장의 하인수의 협박에도 끄떡하지 않고 감행했다.

처음 성균관에 들어왔을 때는 부디 무사히 아무 탈 없이만 있다가 마치고 나갈 생각만 하던 윤희였으나

어느 샌가 무거운 책임도 마다 않고 지금 순간보다는 앞 날을 바라보며 꿈을, 뜻을, 품고 펼치려 했다.

그리고 더 이상 욕심내지 않겠다던 사랑하는 정인에게도, 여인의 마음을 줄 뿐이라 애틋한 마음도 내 보인다.

스스로 그어 놓은 금 밖으로 발을 내민 윤희는 아버지가 꿈꾸던 세상도 함께 꿈꾸며 마침내 금등지사도 찾고야 만다.

배움이 향하는 곳, 나라의 시작인, 성균관이 가장 가난한 반촌으로 향한 그 문에서 말이다.

(윤희가 마지막에 금등지사를 찾은 장면에 의견이 분분한 듯 한데, 글쓴이도 다소 불안한 마음이 들긴 했으나

이야기를 마무리 지을 것을 대비한 연출이라 생각하고 그냥 넘어가기로 한다.)

 

 

 

이스론 2010.11.02 18:40

 

 

 

 

놀라운 것은, 고봉도, 강무마저도 장의의 그늘에서 탈피를 했다.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명을 따르던 수하들도 등을 돌리게 만든 하인수의 무리수는

과유불급이라는 만고의 진리를, 다시 한 번 보여주었다. 

고봉은 절대 멍청하지는 않다.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건, 게다가 옳음을 따라 실행에 옮기는 건 멍청이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니까 말이다.

제 분을 못 이기고 제 껍질 속으로만 계속 파고드는 하인수만이 철딱서니 애송이로 성장을 못 하고 있으니 안타깝다.

 

 

"굴레를 씌운 건 고약한 세상이지만, 그걸 벗는 건 너의 몫이다."

윤희에게만 해당 되는 얘기가 아니다.  그 말을 한 당사자 선준도, 용하도, 재신도, 모든 유생들과, 관리들과 백성들,

또한 시대를 넘어선 현재의 우리 모두에게도 해당되는 얘기이다.

 

우리는 스스로 한계를 지어놓고 "난 여기까지밖에 안 돼.  할 수 없어.  더 이상은 무리야." 하고 단정지어 놓는다.

물론 능력이나 환경적 한계가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노력과 의지 여하에 따라 어쩌면 넘을 수 있는 한계임에도

지레 안 된다고 미리 선 그어놓고 껍질이나 틀 안에서 날개를 펼치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찢고 나오지 못하면 그저 번데기일 뿐, 나비로서의 삶은 살 수 없다.

깨고 나오지 못하면 단지 알일 뿐, 새가 되어 비상을 할 수 없다.

 

잘금 4인방은 모두 스스로의 한계를 극복하고 진일보한 행보를 내딛었다.

새로운 조선이 지향하는 새로운 인간상으로서, 불의와 부도덕과 차별을 타파하고 하고자 하는 바를 펼칠 수 있는 사람.

지금의 우리가 지향하는 인간상과도 그리 다르진 않을 것이다.

 

 

윤희의 정체가 발각되고, 많은 사건이 마무리 되어 질 마지막 회를 남겨두고,

네 명의 주인공들의 성장이라는 측면에서 나름 해피엔딩이 기대되는 가운데 (역사적 사실은 마음 한 켠에 묻어두자)

기나긴 여운이 남을 드라마가 주는 울림을 곱씹는다.

 

 

이상 이스론의 두런두런 스물여덟번째 마침.  2010. 11. 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