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놀이[flowers&ball]

[스크랩]성균관 스캔들, 걸오의 마음은 천 갈래 만 갈래...

윈터원더랜드 2010. 10. 26. 17:36

 

 

이스론 2010.10.26 04:35
 

 

성균관 스캔들 17화는 본격적인 금등지사 찾기로의 돌입이다.

우리의 정조 임금님은 역시 단순명료하거나 심플하고 쿨한 분이 아니시다.

납치해 온 잘금 4인방에게 우선은 화성 천도의 원대한 꿈을 얘기하시며,

탕평을 넘어선 대동의 염원을, 누구나 뜻하는 바를 이룰 수 있는 이상향 -

빈부도 귀천도 없는 유토피아적인 새로운 조선을 세우는 데

동참을 권하고 명하며, 그 열쇠인 선대왕 영조의 유훈이

전 성균관 박사이자 윤희의 아버지인 고 김승헌과 당시 장의였던

문재신의 형인 문영신이 10년 전 호송 중에 사고를 당하면서 실종되었으니

김승헌의 사직서이자 유서에 담긴 암호를 풀어 그를 찾도록 숙제를 내리신다.

금등지사의 의미와 그것을 찾는 게 무엇을 뜻하는지를

직접 곧바로 떠먹여 주시지 않는 이유는, 순두전강 때와 마찬가지로,

직접 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고민하고 얻은 해답이어야

더욱 절실하게 와 닿고, 보다 확실하게 자기 사람으로 만들수 있음일 것이다.

직접 연관이 있는 재신과 윤희는 물론 노론의 아들 선준과 가문도 없는 용하마저도 품고자 하는 임금님의 뜻이었다.

 

 

 

역시나 예상대로 윤희는 임금님의 초대형 떡밥을 덥썩 물었다.  기억에서 희미하기만 한 아버지의 흔적을 찾고자 하는,

아련하고 어렴풋하나마 과거를 더듬어 따라가다 보면 아버지가 어떤 분이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재신은 두 말 할 필요도 없이 형이 바라던 세상이 오는지 보겠다는, 형의 유지를 잇고자 하는 의지를 단호히 보였고,

용하와 선준은 기꺼이 둘을 도울 터였다.  황감제를 막 끝낸 직후라 마지막 문제의 여운이 남아 있던 선준과 윤희는

문서에서 파자(破字)를 유추하여 금등(金縢)의 단서를 금방 찾아 내었는데,

그것이 서경(書經)의 내용 중 목숨 바쳐 주군을 지킨다는 주나라 일화에 있다는 것 까지 재신이 알려 주었다.

홍벽서가 항상 주장하던 금등지사이니 만큼, 홍벽서 당사자인 재신에게 뭔가 알고 있느냐 묻지만 말을 아낀다.

재신은 짐짓, 머리 아픈 건 질색이라며 따로 행적을 추적할테니 암호를 푸는 것은 선준과 윤희에게 하라 맡긴다.

한 편, 홍벽서의 결정적 증거를 잡았다 확신하는 하인수는 재신의 팔찌를 증거로 재신을 잡아들이려 하지만

여기서 또 빛나는 용하의 재치로 위기도 모면하고 재신은 형의 유품도 되찾게 된다.

어마어마한 밀명을 받아 그 향방도 알지 못하고 아버지의 뜻도 짐작 못하며 찾을지 자신 없어 하는 윤희에게 선준은,

그 어느 때라도, 힘들고 벅찰 때, 후회 될 때, 좌절하거나 포기하고 싶을 때 심지어 실패할지라도

항상 윤희 곁에 있겠노라고, 무릎을 꿇으며 약속 한다.

(마치 결혼 서약서 같다.  비가오나 눈이오나 기쁠때나 슬플때나 병들고 가난하고 괴로울 때도 함께 하겠는가?) 

 

재신은 물론 다 알고 있다.  금등지사가 무엇인지, 김승헌과 문영신을 살해한 배후가 어디인지,

금등지사를 찾으면 어떻게 될 것인지, 금등지사가 어디 있는지만 빼고 다 알고 있다.

금등지사를 찾아서 두 사람을 그렇게 만든 배후에게 정말로 두려워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가르쳐 주려고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실들을 다 얘기해 주면 윤희와 선준에 누가 될 것을 알기에 혼자서 속앓이만 하고 있다.

 

그 속을 추호도 알 리 없는 이 속빠진 선준은 그저 윤희가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르고 있다.

조금의 신체 접촉도 설레어 하고, 눈도 깜박깜박 생전 볼 수 없을 것 같았던 깜찍한 표정에,

선비의 일관성 운운하며 윤희의 무심함을 타박하며, 영화 러브 액츄얼리의 패러디임이 명백한

존경각 책자마다 꽂힌 색인 쪽지로 고어 경구를 가장한 귀엽기 그지 없는 사랑 고백을 하질 않나,

어떻게 손이라도 한 번 잡아 볼까 어린애 같은 꼼수를 쓰고 (역시 씩씩한 윤희가 나서서 선뜻 손을 쥐어준다),

비식비식 시도 때도 없이 웃음이 비어져 나오며, 커플링을 사는가 하면, 효은에게는 다시 한 번 딱부러지게 거절하고,

현재만으로 만족한다는 윤희에게는 장차의 앞날까지도 생각하자며 윤희와 함께라는 의지를 다시금 되새긴다.

 

 

용하는 용하대로 특장점을 살려 한성부에 암행 감찰을 나가, 김승헌과 문영신이 사고를 당한 시점의 정황을 조사하고,

유감없이 그 뛰어난 두뇌를 풀가동하여 김승헌과 문영신이 함정에 빠지도록 배후에게 뒷 돈을 받아 챙긴

한성부 관원을 알아내어 뒷조사를 한다.  (본방을 보아하니 마패는 아니고 그냥 감찰패인듯.. 게다가 나무 재질)

그러다가 아버지에게 들켜 아버지의 지극히 처세적이고 속물적인 훈계에 냉소와 격한 반감을 드러내는데,

아마도 양반의 신분을 돈으로 산 데에 대한 부족한 부분을 아들의 혼사와 인맥으로 채우려는 기대를 거는 모양이라.

용하가 실없이 웃고 즐기며 다니는 이면에는 아비에 대한 반항과 더불어 어두운 기운을 가리려는 목적도 있음이니,

그래서 금등지사를 찾으면 자신과 같은 대접 받지 못하는 집안도 기를 펼 수 있는지 기대를 걸어 본다.

 

용하의 뒷조사로 한성부 참군이 거액의 빚을 단숨에 갚았던 사실의 내막을 알기 위해 사헌부 감찰 기록을 뒤지던 재신은

병판과 좌상이 뒷배경임을 밝히는 기록을 발견하고 놀라는데, 마침 아버지 대사헌이 들어와 아버지에게 영문을 묻자,

큰 아들을 그렇게 보내놓고 아무렇지 않을 줄 알았냐며, 하나 남은 아들마저 잘 못 될까, 잃고 싶지 않은 마음에

가슴 속에 칼을 갈면서도 태도를 조심하며 아들을 보호하고자 했던 깊은 부성을 몰랐던 재신은 심한 자괴감을 느낀다.

호부(虎父) 아래 견자(犬子) 없다더니, 재신의 강직함과 용맹함은 어쩌면 아버지를 닮은 것인지도 몰랐다.

이를 계기로, 재신은 그 간 오랫동안 형의 일을 침묵한다며 아버지를 오해하고 비웃고 비겁하다 힐난해 왔던 자신을,

스승인 정약용 박사 앞에서도, 아들이 병부에 붙잡혀가도 구할 힘도 아마 그럴 뜻도 없을 것이라 조소하던 자신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아 마음이 무너져 내린다.

 

그리고 또한, 윤희와 선준이 사이좋게 웃는 다정한 모습을 지켜 보면서 쓴 웃음 지으며, 상심을 달래기 보다는,

저 둘은 사실은 저렇게 가까워져서는 한 쪽의 아비가 다른 한 쪽의 아비를 해한 사실을 알게 되면

둘의 사이가 좋아지면 좋아질수록 서로에게 더 충격과 아픔만 커지게 될 것과,

그렇게 일이 커져가는 걸 보면서도 아무 것도 말 할 수 없음에 더 아리고 괴롭고 타들어 가는 속을 술로 삭히려 한다.

한없이 보살펴 주고만 싶은 마음에 둔 여인이 슬퍼하는 것도, 딱딱하지만 썩 괜찮은 녀석이 원수의 아들이라는 것도,

너무나도 힘들고 무거워 마음이 천 갈래 만 갈래 갈갈이 찢어지고 있다.

 

 

 

선준은 뭔가를 서경에서 발견하고, 억울한 죽음과 사도세자와의 관련성을 논리적으로 접근하여 추리하는데

그에 대해 속 시원히 답을 해 줄 수도 없고, 윤희가 생글생글 웃으며 살갑게 달라붙어 뭔가 진척이 있느냐 물어도,

배움이 향하는 곳과 나라의 시작이 어디냐 물어도, 전 처럼 따라 웃어주지 못하고 말 없이 어깨를 두드려 줄 뿐이다.

용하가 득의양양하게 참군에게 뒷거래 사례로 넘긴 배후로부터의 땅문서를 내밀어도

우리의 목적은 배후 밝히기가 아니라 금등지사를 찾는 데 있다며 배후 찾는 건 접자고 한다.

윤희가 사실을 알면 무척 아파하게 될 거라는 걸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이며,

그것은 아무 것도 못 하고 단지 지켜만 볼 수 밖에 없는 자신에게 수십배 수백배의 아픔으로 돌아올 것이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좌상이 배후라는, 용하와 재신이 하는 말을, 마침 도착한 선준과 윤희가 듣고 말아 버렸다.

 

 

한성부 참군이 좌상과 병판을 만나, 자신의 뒤를 캐고 다니는 놈이 있다며 숨어 살 집과 밭을 내어달라,

안 그러면 좋지 않은 꼴을 보게 될 거라는 협박을 하는데, 꼬리가 길면 밟힌다고,

머지 않아 그 놈에게 엮여 사건이 불거지게 될 듯 하다.

18화에서는 사실을 알게 된 윤희와 선준의 갈등이 어떻게 풀어질지, 선준과 아버지인 좌상의 갈등은 또 어떤 국면일지,

또 다시 나타난 초선의 가짜 홍벽서는 어찌 될지, 용하에게 장의가 어떤 수작을 부리려는 건지,

드라마가 대단원을 향해 치닫고 있다.

 

금등지사는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실제 역사가 비록 해피 엔딩이 아닐지라도,

유아인 군이 인터뷰에서 결과가 좌절로 끝나서 더한 분노를 품었으면 좋겠다고 바라더라도,

뭔가 서글퍼지고 비장해져 가는 마무리에 그래도 희망의 메시지 만큼은 남겨 주면 좋을 것 같다.

"사람이 비겁해지는 건 지키고 싶은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다."  예고편의 재신의 말이 쓸쓸하다.

다들 행복해 졌으면 좋겠다.  최소한 행복의 여지가 남아 있으면 좋겠다....

 

 

 

여담 1. 전하, 김승헌 박사의 어디가 윤희와 닮았단 말씀입니까... ㅠ.ㅠ 고집스럽고 완고해 보이긴 합디다만... ㅜ.ㅠ

여담 2. 세상에, 갓 끈 푸는 장면이 그렇게 에로틱할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다... 옷 고름도 아닌데 내 얼굴이 빨개졌...;;;

여담 3. 다른 건 몰라도 배움이라면 성균관이 뻔한데 머리 좋은 유생들 수준을 너무 낮춰 놓은 듯... (사견임당)

 

 

이상 이스론의 두런두런 스물세번째 마침.  2010. 10.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