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성균관 스캔들, 남장 여자 이야기의 장치는 다 갖춰졌다.
성균관 스캔들의 몰입이 높아져 간다. 물론 개인적으로 말이다.
원작을 꼭 읽어보고야 말리라는 다짐이 샘솟는다. 후후.
유생들의 풋풋하고 꽃스러운 외모도 그렇지만, (약 1명의 유생 제외...;;)
무엇보다도 에피소드와 스토리 텔링이 가장 큰 원동력이라 하겠다.
재기가 넘치고 다음 장면을 기대하게 만드는 데 탁월하다.
그리고 화면도 예쁘다.
여주인공의 외모가 너무 여성스럽고 아담하고 예쁘장하다는 것은 여전히 걸림돌이지만,
그렇다고 극의 흐름을 아주 방해할 정도는 아니어서 괜찮다.
게다가 이선준이 김윤식을 찾으러 여기저기 돌아다닐 때,
도서관에서 외모적으로 여자 같은 유생 1인을 등장시킴으로써 그런 부분도 다소나마 상쇄되었다.
임금님이 친히 납시는 대사례의 결과는 어찌될지, 장의 하인수의 괴롭힘이 어떻게 진행될지,
노론의 행보와 금등지사의 행방 등의 줄거리가 흥미진진해짐과 더불어
이제 드라마는 비로소 남장 여자가 등장하는 이야기의 전형적인 구조를 갖추었다.
김윤식을 위해 기적을 만들겠다던 이선준은 기어이 왼팔로 일을 내지를 않나,
걸오 문재신은 동정심인지 측은지심인지 관심인지 김윤식을 거칠게(!) 보살펴주기 시작하고,
여림 구용하는 심증은 있으나 물증이 없는 상태로 계속 탐문하면서 여기 저기 겉돌고,
여기에 정약용 박사가 끼어들어 윤식이 아닌 윤희의 보호자로서 나서려 하고 있다.
남장 여자 이야기에는 여주인공을 둘러싼 또래 남자들의 관심과 호의가 넘치는 가운데,
개중에는 여주인공을 여자라고 의심하거나 추근대는 녀석이 꼭 있다.
<커피 프린스>에서 김동욱이 그랬고, 일본 만화 <아름다운 그대에게>에서 금발머리가 그랬고 (이름이..;;)
여기서는 구용하가 그러고 있다. 공교롭게도 세 캐릭터 모두 다소 밝힘증(ㅎㅎ)이 있는 능글맞은 성격들이다.
그러면서 여주인공의 정체를 알고 물심양면으로 비호해주는 역할도 반드시 있다.
이런 캐릭터에게 정체를 들키면 반드시 여주인공은 남아있어야만 하는 사유를 대어 그 비호자를 설득시킨다.
성균관에서는 정약용 선생이 그렇다. 수업을 할 뿐 아니라 유생들의 부상도 치료하니
이는 <아름다운 그대에게>의 양호선생과도 일맥 상통한다. <커피 프린스>에는 이언이 그렇고
<바람의 화원>에서는 신윤복의 오라비가, <선덕여왕>에서는 김유신이 그랬던 것 같다.
덧붙여, 여주인공의 세심한 성격에 반해 섬세하고 배려심 깊은 남자인 줄 알고
여주인공을 연모하는 여자들도 있게 마련이다.
성균관에서는 모란각 기생 초선이, <바람의 화원>에서 또한 기생 정향이 그렇다.
<커피 프린스>에서는 불특정 다수의 여자 팬들이 있다. ㅎㅎ
그리고 남자 주인공은 여주인공을 남자라고 알고 있으면서도 왠지 모르게 끌리는 감정을 가지게 되고
머리로는 그러면 안된다고 다잡으면서도 마음으로는 그리고 손길로는 상대방에게 어쩔 수 없이 다가가게 된다.
6화 예고편을 보니 윤식이 선준 어깨에 기대어 잠들던데,
남장 여자 이야기의 너무나도 전형적인 그림이라 할 수 있겠다. ㅎㅎ
또한 활쏘기를 가르쳐 주는데 남자끼리 그렇게 뒤에서 끌어안다시피 하며 가르쳐주는가?
아마 모르긴 몰라도 실제로는 그렇게 가까이 하거나 혹은 끈기가 있거나 하진 않을 것 같다.
이러한 현실성이 미흡한 스킨쉽 또한 분위기를 무르익게 하기 위한 장치가 아닐 수 없다.
뭐, 성격이 워낙 다정다감하다면 정말로 드문 예가 될 수도 있겠다.
암튼 그러다가 결과적으로는 여주인공이 여자임을 다들 알게 되고 남자 주인공과 맺어지며,
남자 주인공 이외의 다른 관심남들은 여주인공을 포기하고 들러리가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인데
그럼에도 그들은 두 주인공의 앞날을 축복하며 행복을 기원한다.
--------------------
덧.
6화를 보고 나니 절대로 빼 놓아서는 안 되는 한 가지 요소를 빠뜨렸음을 알았다.
바로 질투다. 여주인공은 정체를 숨기고 남자 주인공에 대한 호의는 어디까지나 우정임을 가장해야 하는데,
남자 주인공에게 관심을 보이는 예쁘고, 적극적이고, 성격이 다소 까칠한 라이벌 격의 여자가 필수적으로 등장한다.
따라서 여자 주인공은 나설 수 없음에 속앓이만 하고 질투심에 휩싸이는 설정이다.
아직 사랑으로 발전하진 않았지만 그럴 토대가 충분히 마련된 윤희에게는
효원 아씨가 부럽고 또 선준이 야속하기도 할 것이다.
---------------------
성균관 스캔들은 연애사가 주된 줄거리는 아니므로 그 쪽에 중점을 둘 필요는 없으나,
그렇다 해도 재미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니 짚어보는 의미에서 정리해 보았다.
이러한 전형적인 장치 안에서 본 줄거리를 얼마나 차별화 되게 잘 살리느냐가 이 드라마의 매력이 될 수 있겠다.
점점 기대가 되어 간다.
이상 이스론의 아홉번째 두런두런 마침. 2010. 09.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