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놀이[flowers&ball]

[스크랩]성균관 유생들, 바야흐로 청춘이로구나 (부제 : 사랑 사랑 누가 말

윈터원더랜드 2010. 10. 26. 18:00

 

이스론 2010.10.07 02:46

 

 

 

청춘.

 

이 얼마나 가슴 뛰고 설레는 단어인가.
한자로 보자면 靑春 - 푸르른 봄이다.
즉, 인생에 있어서는 한창 때의 봄날처럼
따끈따끈하고 파릇파릇한 시절이라는 뜻일 것이다.
그만큼 생동감에 넘치고 무럭무럭 성장하며
약간은 어설프거나 무모한 부분도 없지 않으나
생각과 사유가 자유롭고, 새롭고 신선하고 활력과 의욕에 넘치는,
신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활짝 피었고 어떠한 가능성도 열어 두고 있는,
말하자면 기초를 다지고 기반을 닦는 준비 기간인 것이다.

 

 

성균관 스캔들의 이 유생들, 그 청춘을 한껏 만끽하고 있다.  심히 부러울 정도로 말이다.

청춘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나이가 들고 사회인이 되고 더 나아가 중장년층의 기성 세대가 되었을 때
어떤 모습으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느냐가 많이 달라지게 된다고 본다.

 

이미 청춘을 보내버린 글쓴이로서는 마음은 청춘일 때와 그닥 다르지 않다고 우겨보지만
현실적으로 지금은 더 이상의 새로운 가능성을 기대할 입지가 거의 없다시피 좁아져 버렸는데,
청춘 사극을 표방한 것 답게, 저 유생들은 청춘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을 약오를정도로 보기 좋게 향유하고 있다.

 

사실 이 포스팅 전에 11화를 보고 준비 중이던 포스팅이 있었다.  이 또한 청춘에 관련된 내용이긴 했다.
그런데 12화를 보고 나니, 이런 말랑말랑하고 아기자기하고 보고 있자면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분위기에 안 어울리게
너무 딱딱한 느낌인 것 같고, 게다가 12화의 그 복잡하고도 미묘하게 얽힌 감정선과 흥미로운 이야기 진행이 맘에 남아

그를 먼저 다루고자 미루기로 했다. 

 

 


청춘인 자만이 가질 수 있는 것 중에 사랑, 그중에서도 첫사랑을 빼 놓을 순 없을 것이다.
젊음, 패기, 용기 등 청춘이라고 일컫는 것 안에 버무릴만한 단어들에 단연코 뒤지지 않는 큰 부분을 차지 할 것이다.

12화에서는 사랑, 그 중에서도 아직 그게 사랑이라고 미처 깨닫지 못할 정도의 풋풋한 첫사랑을 집중조명하고 있다.

분위기는 11화에서 훈훈하게 마무리 된 순두전강 다음에 중반 이후로 깔아 놓았다. 

그 분위기를 타고 12화에서는 급물살을 탔다.  다소 무거운 전개도 부분부분 나타나고는 있으나 우선은 접어두자.

 

11화에서 풀어진 대님을 매어주는 재신은 윤식 앞에서만은 미친 말이 아니라 준마다. 

윤식이 웃으며 하는 고맙다는 인사에 딸꾹질을 하다가 홍벽서가 아니냐는 윤식의 물음에

가슴이 철렁할 정도로 놀라 딸꾹질도 멈추자 윤식은 깔깔대며 놀린다.

멋적게 따라 웃으며 여러 의미로 조심스러운 마음을 누르고 그만 놀리라고 하지만 윤식은 재밌어 죽겠다.

 

가뜩이나 윤식의 여장 차림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고 조금만 가까이 있어도 두근거리고 신경쓰이는 선준은

심지어 헛것까지 볼 정도로 윤식을 생각하매, 서로 사이 좋아 보이는 그 둘을 보며 불편한 감정을 느끼는데

눈치 백단 용하는 선준에게서 심상치 않은 새로운 흥미거리를 발견하여

부러 선준을 도발하기 위해 남자를 좋아하는 거냐는 질문을 하고

그에 발끈한 선준이 용하의 제의를 받아들여 꼬임에 넘어가게 되어,

용하는 효은 아씨의 선준 도령에 대한 애정 공세를 도와주려다가 말고

뒷공작을 펼쳐 순두전강 포상 휴가 때를 노려 선준과 윤식을 한 배에 태워 무인도로 보내버린다.

 

 

윤식은 그 나들이가 선준이 자기와 시간을 보내고 싶어함이 아니라 여인네들을 만나기 위함이라는 걸 알고

실망하고 노하여 주먹질까지 하게 된다.  (대사례 준비하면서 선준이 완력을 길러줬는데 불쌍한 선준... 쯧쯧)

그 사실을 알게 된 재신은 대체 왜 그랬냐며 분노의 불꽃 주먹을 용하에게 날린다.  (용하 얼굴 어째...  저런....)

김칫국 시원하게 들이킨 효은 아씨는 난처한 얼굴에 발을 동동 굴러보지만 이미 배는 떠났고....  (먼 산...)

 

비 오는 날씨에 둘 뿐인 공간에서 함께 밤을 보내는 시츄에이션이라....  많이 본 듯한 장면이긴 한데 ㅎㅎㅎ

슬슬 윤식에서 윤희로 밝혀지게 되는 분위기를 깔아놓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통상적인 청춘 드라마라면, 이 시점에 추위에 떨고 열이 나는 것은 보통은 여자쪽이고,

보호 받고 보살핌 받고 안심을 받는 것도 으레 여자쪽이기 마련인데, 재밌게도 드라마는 그걸 거꾸로 뒤집어 놓았다. 

본인이 단련시킨 것과 다름없는 팔뚝의 의외의 공격에 맥 없이 나가 떨어져 강물에 첨벙 빠진 것도 남자요,

비 오는 날씨와 젖은 옷에 재채기와 추위에 떠는 것도 남자요, 열이 나며 정신을 잃고 의지하는 것도 남자요,

그에 반해 옷을 벗어 덮어주거나, 나뭇가지를 주워다 불을 피우거나, 체온을 식지 않게 해주려 안아주거나,

심지어 사과를 반으로 쪼개어 나눠 주는 것까지 여자의 몫이 되어 버렸다. ㅎㅎㅎ

이 반전된 상황이 참으로 신선하고 재미있다.  유일하게 여자의 태도에 충실했던 건 귀뚜라미에 비명 지른 것 뿐.

하긴, 생활력 하면 강단 김윤희 선생 아닌가.  학문과 무예 등을 제외한 실생활에서는 선준은 쑥맥이나 다름 없으니

베테랑인 윤희가 나설 수 밖에.  그렇게 땔감을 어이없을 정도로 한 가득 할 수 있는 강해진 체력과 완력이 장하다.

 

 

 

자, 근데 이제 재신이 일 났다.  윤식이 시전 행수 집에 장부 훔치러 갔을 때도 뭐 마려운 강아지모양 뱅뱅 돌더니,

외딴 섬에 그것도 비바람 몰아치는 밤에 사내와 둘만 보내다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당장이라도 쫓아 들어가고 싶으나 배편은 구할 수가 없고 둘을 보내버린 용하가 친구만 아니라면 사단낼 지경이다.

용하는 그 마음을 눈치채고, 10년지기를 속인 괘씸죄를 불쌍함으로 사하여, 무조건 편들어 주기로 한다.

그래서 혹시 용하는 은근히 윤식과 재신을 엮어주려고 효은을 선준 곁에 데려다 놓는 것일까.

(근데 천하의 여림이 이름값을 하는 모양이라, 효은이 살짝 용하에게 마음이 흔들리는 것 같기도 하다.)

재신은 잠 한 숨 못 자고 장치기 연습을 구실 삼아 공과 채에 분풀이를 하고,

생각을 하지 않으려 몸을 격하게 움직이만 그럴수록에 더욱 생각나기 마련.

무사히 아무 탈 없이 (안색이 약간 좋지 않은 것만 빼면) 자기 눈 앞에 나타난 윤식을 보자

결국은 자기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털어놓는다. 

"내 눈 앞에 꼭 붙어 있어라.  어디에 있든 뭘 하든, 내 눈 앞에 꼭 붙어 있으라고.  돌아버리는 줄 알았으니까..."

캬.....  어지간한 여인네라면 얼굴 빨개지고 어쩔 줄을 몰라했을 이 고백에 가까운 대사에

이 윤식이란 둔팅는 행색이 남자라고 자기가 진짜 남자인 줄 아는겐가, 멀뚱멀뚱 쳐다만 본다.

(사실 이건 선준이 "언제나 내 곁에 있으면서 지켜보라"는 말과 진배 없는데 왜 이건 못 알아 먹는거냐, 둔팅아)

그러고는 답답한놈 어쩌구 말은 거칠게 하면서 장치기를 윤식에게 잘도 다정스럽게 가르쳐준다. (웃는 거 봐라, 좋댄다)

게다가 책 좀 읽었다고 자랑질을 하질 않나, 밥 먹으러 가자고 데이트 신청을 하질 않나,

멋지게 보이고 싶은 마음과 같이 있고 싶은 마음을 점점 내보인다.

 

 

한 편, 윤식에 대한 자기의 마음에 갈피를 잡지 못하는 선준은 용하에게 조언을 구해 보는데,

용하도 사실 걸오에게 그런 마음이 있었다며 자신이 남색이 아닌가 고민했지만

그럴 때마다 마음에 위안을 주었다며 선준에게 춘화책을 건넸다.  푸핫~

난생 처음 그런 춘화책을 접한 선준은 그래도 사내라고 은근히 즐기는 기색이다.

순진한 녀석을 물들이다니 여림 본색이 행여나 어딜 갈까. ㅎㅎㅎㅎ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접이 아닌 것도 불만이거늘 윤식과 재신이 연습하느라 붙어있는 모습은 공연히 부아가 난다.

게다가 말끝마다 사형~ 사형~  심기를 긁어 놓는다.  괜한 장치기 채에 화풀이다.

허울 좋은 화합의 명분 아래 잘금 4인방을 갈라놓으려는 장의 하인수의 노림수를 꿰뚫어 본 건 눈치 백단 용하 뿐.

답답하기로는 천하 어딜 내 놓아도 순위권을 벗어나지 않을 이 예와 법도 찾는 고지식쟁이 선준은

입청제에 찾아온 효은 아씨와 그 친구들을 또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로보트같이 무뚝뚝하고 뻣뻣하게 자리를 함께 한다.

그러다 윤식과 재신과 마주치게 되고, 재신이 여자들을 피해 자리를 뜬 자리에 윤식을 흠모하는 초선이 합석하여

마주 앉은 네 사람의 사이에 묘한 긴장감이 돌게 된다.

원래 사랑에 눈이 멀면 사랑의 향기가 온 사방에 진동을 하나니, 당사자들 빼고는 모든 사람들이 낌새를 채는 법,

게다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일거수 일투족이라면 자그마한 것이라도 놓치지 않는 것이 여인의 세심함일지니,

초선은 사모하는 윤식의 마음이 선준에게 가 있는 것을 슬프게도 알아버린다.

 

  

윤희는 윤희대로, 선준이 점점 사내로 느껴지고, 효은과 가까이 하거나 언젠가 정혼하게 될 것을 서운해 하고,

그러면서 자신을 바라보는 재신의 마음은 알아채지 못하고, 하인수와 초선까지, 엇갈리는 사랑의 작대기들이 난무한다.

 

이 눈부시게 푸르른 한 때인 청춘에 사랑에 불타오르는 것이야말로 청춘의 특권을 누리는 방법 중의 하나.

어떤 시행착오도 용납되고 그 어떤 치기와 반항도 이해를 받는 시기에, 열정적이고 아름다운 사랑은 화룡점정이어라.

그 사랑이 마음 아픈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겠지만 살아가는 데 매우 중요한 자양분임에는 틀림없는 사실.

성균관의 꽃스런 유생들도 아무쪼록 외모만큼이나 어여쁜 사랑을 펼치길 바란다.

 

 

선준과 재신 간의 불꽃 튀는 맹렬한 질투심 대결이 볼만 할 13회를 기다리며

젊은 유생들의 심경을 대변할만한, 어렴풋이 기억나는 옛 유행가의 가사로 이번 글을 맺는다.

 

 

『사랑 사랑 누가 말했나 향기로운 꽃보다 진하다고

사랑 사랑 누가 말했나 바보들의 이야기라고

때로는 당신 생각에 잠 못 이룬 적도 있었지

기울어가는 둥근 달을 보며 타는 가슴 남 몰래 달랬네』

 

 

이상 이스론의 두런두런 열일곱번째 마침. 2010. 10. 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