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놀이[flowers&ball]

[스크랩] 성균관스캔들 - 이선준의, 이선준에 의한, 이선준을 위한 15화

윈터원더랜드 2010. 10. 26. 17:45
이스론 2010.10.19 03:30
 
 

 

대세는 드디어 이선준에게로 기울었다.

올 것이 온 것이다.  응당 와야만 했고 말이다.

그런데 매우 극적이고도 절절하고도 강렬하게 왔다.

성균관 스캔들 15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선준이었다.

이선준의 방황과 고민과 애닳음과 맘고생에 대한 보상이랄까.

 

반면 걸오 사형은 아무래도 한 걸음 물러서기로 마음 먹은 듯 하다.

마음에 둔 정인 보다는 아껴주고 보살펴 주고 싶은 여동생을 둔

오라비로서의 역할을 자처하려는 듯 하다.

이미 윤희의 마음이 선준에게 가 있음을 아는 마당에

자신이 들어갈 빈 곳은 없음을 아는 까닭이다.

게다가 선준 덕분에 재회에서의 위기를 넘겼으니 사내로서도 인정했음이라.

이를 마음 아파하는 많은 걸오의 팬들에게는 참으로 안타까우나

극의 전개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 흘러가는대로 바라 볼 밖에.

 

우선, 15화의 처음은, 역시 많은 분들의 짐작대로, 이선준의 지기가 유감없이 빛난 재회였다.

아, 거 참 뉘집 자식인지 잘 나고 똑똑하고 사리분별에 논리정연에 장의의 콧대를 납작히 하다 못해 짓뭉개놓았다.

천하의 구용하도 술과 음식으로 유생들에게 로비를 한 게 고작이었거늘, 이선준은 그저 이치에 맞는 논지로

따박따박, 김윤식과 문재신이 남색이 아님을 인의예지신의 덕목을 들어 증명함과 동시에

본래 재회를 열었던 목적이 홍벽서 밝히기라면 재회의 원칙에도 어긋난다 하니

이 완벽한 논리에 누가 반론을 제기하겠는가.  게다가 그 와중에 문재신의 정체를 짐작하게 되었음에도

오히려 홍벽서가 아니라면 장의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협박까지. ㅎㅎㅎ  윤희는 또다시 선준에게 반하고 말았다.

이선준이 변호사가 된다면 백전백승, 천하의 몹쓸 놈도 무죄가 될 지 모르겠다.

(물론 이선준이라면 악랄한 범죄자의 변호는 애시당초 맡지도 않겠지만.)

그 구용하가 감탄과 약간은 존경의 표정으로 이선준을 바라보니 말 다 했다.  순식간에 온 유생을 제 편으로 만들다니.

이선준이 다 차려놓은 밥상에 구용하가 한 숟가락 거들며 끝까지 가보자 장의에게 으름장을 놓다가 표결로 마무리한다.

 

15화의 중간은 이선준의 갈등과 번민, 그리고 고백이다.  구용하는 애진작에 이선준의 고민을 알았지만 재미삼아 놀렸고

재회에서 거짓말까지 하며 재신과 윤식을 변호한 것과, 또한 스스로 마음을 속이고 정혼을 하려는 것을 꿰뚫어 보고는,

그 마음에 불을 당기려 짐짓 "행복한가?" 하고 수면에 돌을 던진다. 물론 김윤식의 정체는 여인이라는 것도 알고 말이다.

수면에 던져진 돌은 파문을 일으킨다. 둥글게 둥글게 점점 커지는 동심원을 따라 이선준의 의문도 점점 커진다.

"나는 과연 행복한가...?" 답은 이미 나와 있다.  "그렇지 않다."  그러나 확인이란 걸 하고 싶다.

좋은 집안의 여식과 혼인하여 가정을 꾸리고 내조를 받으며 출사하여 책임을 완수하는 것이 사내라 하시는,

그 모범인 아버지께 "행복하시냐"고 묻는다.  대답의 가치가 없다 하시는 아버지의 답변이 만족스러울리 만무하다.

결국에는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정혼날에 병판댁 앞으로 찾아온 김윤식을 보고는 다시는 보지 말자 매몰차게 말하지만

자신의 행복이 효은이 아님을 깨달아, 파혼을 고하고 서둘러 달려가 김윤식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한다. 

"너를 좋아한다... 내가 너를 벗으로서도, 동방생으로서도 곁에 둘 수 없는 이유이다...

더 이상 네 곁에서 모른체 하며 나를 속일 수 없으니까...  하지만 내 마음이 너에게 누가 되지 않게 하겠다..."

그러면서 뜨겁게 흘린 한 줄기 눈물은, 이선준이 흘린 눈물이었기에 더더욱 진심이 느껴졌고 그러기에 애절했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자신의 마음을 누르며 지냈고, 김윤식과 문재신의 다정한 모습을 보며 질투의 불꽃에 휩싸였던가.

감정을 억누르려 일부러 김윤식에게 차갑고 냉정하게 마음에도 없는 말을 내뱉으며 상처를 주고,

그게 또 마음이 아파 헛되이 술로 몸을 축냈던가.  홧김에 효은과 정혼하자 했지만 부질없는 짓임을 깨닫고야 말았는가.

표면장력의 한계를 넘은 "마음이 넘쳐서" 결국은 주체하지 못하고 흘러 내린 것이다. 

아들의 파혼 선고가 김윤식과 얽혀 있음에  아버지 좌상 대감은 김윤식과의 악연을 우려스러워하는 것도 모르고.

봇물이 터지듯 고백한 마음은 윤희에겐 더 할 수 없는 묵직한 죄책감으로 떠안겨졌다.

꽃남의 지후 슨배 못지 않은, 아니 배려나 마음 씀씀이는 때로는 더 나을 수도 있는 걸오 사형에게 상담한다.

"큰 거짓말을 했는데 사실대로 고백하면 용서받지 못할까 두렵고 무섭습니다."

걸오 사형이 다 읽었다던 책 속에는 해답이 있을까, 혹시나 하여 묻는 윤희를

가만히 묵묵히 들어주고 받아주던 걸오는 윤희의 마음을 알면서도 모른척, "솔직하게 말 하면 되잖느냐.  미안하다고. 

지금 나에게 하는 것처럼.  마음에 둔 사람이냐? 누구, 초선이?" 하며 윤희를 위로한다.

나도 너를 좋아한다고 밝히지 않는 배려는, 윤희의 마음을 두 배로 무겁게 하지 않으려는 자상함일 것이다. 

 

 15화의 후반부에서 이선준은 냅다 고백을 해 놓고서는 넋이 십리 밖으로는 나갔다. 

맘 잡고 홀로 글 공부 하겠다고 성균관 그만두고 시골 구석의 서원까지 왔으나 눈은 시종일관 저 멀리 공허하게

먼 산을 향하면서 공부가 손에 잡힐리 없고 잠이 올리 없고 음식이 목구멍에 넘어갈리 없다.  지독한 상사병... 

꼬장꼬장한 원리원칙주의자가 한 번 마음이 흐트러지니 온통 무기력해지고 시들시들해진다.

일전에 순정남들의 집합소라는 포스팅에서 이선준의 이성에 대한 순정은 어떨지 궁금해 했었는데

올바른 사람이 한 번 엇나가면 무섭다더니, 진정 보는 사람이 무서울 정도로 심각하고도 깊이 빠져버렸다.

뜻한 바를 이루지 못한 적이 없고, 하고자 한 바를 해내지 못한 적 없고, 약속한 것을 지키지 못한 적도 없는데,

길이 아니면 가지를 않고, 원칙이 아니면 행하질 않고, 예와 법도가 전부인 줄 알았는데,

그 모든 것을 김윤식이 한 방에 무너뜨렸으니, 그러면서도 김윤식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한심남이 되어버렸다.

임금님은 발등에 불이 떨어져 이선준을 다시 데려오라 조급하시거늘, 그 마음을 알 리 없는 이선준이다.

이에 한 술 더 떠서 좌상은 임금님의 신뢰를 받는 노론쪽 사람으로서 아들을 내세우려 궁리를 하는데도 말이다.

재회 이후 유생들의 단합을 도모하는 모꼬지를 부러 이선준이 거하는 서원 근처인 월출산 계곡으로 간 기회에

구용하가 또 수를 낸다.  정성스레 감자를 구워 호호 불어 식혀서 윤희에게 건네는 걸오의 성의는 눈물날 지경이건만,

속없이 좋은 남편이 될 거란 말을 하지 않나 입가에 묻은 걸 닦아주려는 걸오의 손길을 피하는 윤희는 야속하기만 한데,

몰래 따로 나온 용하는 선준과 윤희의 재회를 꾀하고자 넋빠져 있는 데련님 걱정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데련님 위하는 이라면 열 일 마다 않는 순돌이를 사주하여 상사병을 고쳐주겠으니 데리고 나오라고 한다.

뜻이 통했던 걸까, 어찌어찌 짓궂은 유생들을 피해 자리를 뜬 윤희는 상념에 잠겨있다가

김윤식을 홍벽서로 알고 그 정체를 밝히려 몰래 뒤 따라오던 병춘과 고봉을 뒤 이어 따라잡은 재신이 처리한 사이

이상한 기척에 일어나다 신발을 물에 빠뜨리고, 물에 빠진 윤희의 신발을 보고 걱정되어

목놓아 김윤식을 부르는 선준과 만나 뜨거운 포옹과 함께 해후를 한다.

나는 이렇게 너를 찾아 헤매게 될 테니 김윤식 너는 나에게서 도망가라는 선준의 말에 자기 대답을 들으라며 달려오다

미끄러져 물에 빠진 윤희.  윤희를 건져 올린 선준은 윤희의 숨을 고르기 위해 다급히 옷을 벗기다 여인임을 알게 된다.

(아마도 대답은 도망가지 않겠다는 말이었으리라.)

 

 

 

15화는 한 마디로 이선준 중심으로 모든 것이 돌아갔다. 

이선준이 하나의 문제를 해결했고, 또한 이선준 스스로 또 다른 문제를 떠안았으며,

이선준이 외면하고자 하나, 돌아오는 것은 더욱 뜨거워지는 마음 뿐이어라.

그리고는 이선준의 갈등을 해결해 줄 수 있는 한 줄기 광명이 내리 비치며 끝났다.

 

16화 예고편을 보니 알콩달콩 달달한 연애 행각과 재신과 선준의 티격태격 신경전,

그리고 아마도 풍문으로 들은 원작만큼은 아니겠지만 선준과 윤희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과정이 있는 듯 하다.

또한 낯간지러운 대사와 목소리. "그렇게 고운 얼굴을 사내의 복색에 가리고 다녔단 말이오." "윤희, 김윤희요. 내 이름."

아으.....  제대로 손 발 펴고 16화를 볼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ㅎㅎㅎ

그 동안의 선준의 맘고생을 보상이라도 하려는 듯 하다.  그 동안 꽤나 불쌍했으니 이해하련다.

임금님이 금등지사 찾을라고 목 빠져라 기다리고 있는 걸 절대로 알 리 없는 이 청춘들을 말릴 수도 없고.

화성 도읍 천도라는, 나아가 조선의 미래라는 중차대한 과업을 앞두고 반드시 성취해야 하므로 서둘러야 할텐데 말이다.

또한 아버지는 임금님 곁에서 노론의 첩자 노릇을 하라고 등을 떠밀테니 새로운 갈등의 국면이 펼쳐질 것이라 보인다.

초선이는 어이하여 성균관에 등장하며, 그러면서 가짜 홍벽서가 또다시 나타나 다시금 위기가 닥치는 듯 싶은데...

선준이 윤희의 아버지의 원수가 바로 자신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알게 될 때가 또 다른 시련의 시기일 것 같다.

그리고 내둥 재미있게 바라만보는 방관자로만 있던 용하는 효은 아씨를 본격적으로 사로잡아야 할 게 아닌가.

개인적으로 용하도 제대로 맘고생을 좀 해 봐야 정신을 차리지 싶다.  재신으로 의한 맘고생보다 더 독하게. ㅎㅎ

(가만, 이렇게 되면 용하는 원치 않아도 장의의 사람이 되는 것인가...? 아님 그건 그거고 편은 들지 않을 건가?)

 

오징어가 형님~ 하지 않도록 손발 오그라들지 않게 간수하면서 16화를 기다려본다.

 

 

이상 이스론의 두런두런 스무번째 마침.  2010. 10.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