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전용면적 85㎡의 비밀...알면 알수록 실속 챙긴다
헤럴드경제 | 입력 2010.11.16 08:50
< 김민현 기자 @kies >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값을 천정부지로 끌어올리던 투기수요는 자취를 감추고 그 빈자리를 거주를 위한 실수요가 메워가고 있다. 이에따라 전용면적 85㎡ (구 32평형)이하의 '중소형' 주택이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85㎡는 중대형과 중소형 규모를 가르는 기준점일 뿐만 아니라 정부 규제와 지원을 가름하는 '기로점'이기도 하다. 이에 '85㎡ 룰'만 숙지해도 주택수요자들은 실속을 챙길 수 있다.
'85㎡'가 부동산 시장 핫키워드가 된데는 주택법이 정한 국민주택 규모이기 때문이다. 1호 또는 1세대당 주거전용면적이 85㎡이하로 규정돼 있는 국민주택은 '국민이면 누구나 이 정도의 집은 가져야 한다'는 일종의 지표다. 국민소득 증가, 인구변화 등을 감안하면 '낡은 법'이라는 논란 속에서도 여전히 정부 정책의 핵심 잣대가 되고 있고 85㎡는 내집마련을 위한 중산층의 영원한 로망이다. 국토해양부 한 관계자는 "85㎡는 소ㆍ중ㆍ대형 규모를 구분시 중간점"이라며 "중서민 주택으로 간주하는 만큼 국민주택기금 지원, 조세특례 등의 근거가 된다"고 설명했다.
'85 법칙'이 가장 보편적ㆍ표준적 주택 기준으로 활용되면서 정부가 부동산 경기부양을 위해 내놓은 각종 대책은 85㎡를 상한선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무주택자가 85㎡이하의 집 장만할 경우, 이점이 상당하다. 생애 최초 주택을 구입자는 내년 3월까지 한시적으로 주택기금을 통해 5.2%의 금리 조건으로 호당 2억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단, 부부합산 연소득이 4000만원 이하이면서, 비투기지역의 6억원 이하 주택을 살 때 적용된다. 연말정산도 주택구입자금의 이자에 대한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장롱 속 청약통장을 꺼낼 때도 유용하다. 서울시의 경우, 청약예금 예치금액은 85㎡이하가 300만원. 85~102㎡이하는 600만원, 102~135㎡이하는 1000만원, 135㎡초과는 1500만원 등으로 차등적용되고 있다. 초기 소액으로도 내집마련 청약에 도전해 볼 수 있는 셈이다. 서울시가 공급하는 모든 장기전세주택(시프트)도 4인 가족 기준 연봉 7620만원 이하인 가구만 전용 60㎡ 초과 85㎡ 이하 시프트를 신청할 수 있다.
수익형 투자상품 시장도 '85법칙'이 통용된다. 불황 속 나홀로 선전하고 있는 오피스텔의 경우, 85㎡이하는 바닥난방이 허용되며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에서도 자유롭다. 1~2인 가구 수요를 위해 도입된 도시형생활주택 역시 85㎡ 이하로만 구성돼 있다. 소액, 임대부동산 시장의 '신예'로 떠오르고 있는데다, 과거 주택건설사업자만 할 수 있던 사업을 개인도 건축법의 허가만 받으면 30가구 미만까지는 허용되고 있어 차세대 수익형 투자상품으로 주목할만하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분양가 상한제 폐지 여부도 민간택지 주택이나 공공택지에 있는 전용면적 85㎡ 주택을 기준으로 삼는다.
다운사이징 바람이 한창인 주택시장에서도 '85㎡'안팎형이 '대세'를 형성하고 있다. 다운사이징은 평형을 낮춰 이사가거나 불필요한 주택을 처분하는 현상. 특히 중소형 아파트는 실수요층이 가장 탄탄한 시장으로 평가받는다. 건설사 한 관계자는 "전용 85㎡(구32, 33평)의 경우, 방 3칸, 화장실2개의 구조로 짜여지는데 이는 3~4인의 소가족 구성이 생활하기 적합한 모델"라면서 "주거문화에 대한 의식수준이 달라지면서 관리하기 힘들고 유지비 많이 드는 큰 집보다는 실속형 주택에 대한 선호가 뚜렷해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GS건설은 덕을 톡톡히 봤다. 지난 5일 돌입한 '해운대 자이'의 1순위 청약에서 최고 경쟁률 '58대 1'(84㎡A)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한 것. 지방에서 이 같은 경쟁률이 나오기는 10여년만이다.
이 같은 흐름을 타고 이윤이 많이 남는 중대형 평수에 매달리던 건설사도 속속 전용면적 85㎡ 눈을 돌리고 있다. 올 상반기 전국적으로 준공허가를 받은 주택 15만 가구중 61%(9만1638가구)가 중소형에 속했다. 중대형으로 승인 받은 분양 예정 단지를 설계변경하는 일도 흔하다. 송도 캐슬 & 해모로는 아파트는 전체의 70% 이상인 1008가구를 전용 84㎡ 규모로 구성된다. LIG건설의 '이수역 리가'와 대우건설의 '수원인계 푸르지오'는 전 세대가 전용 84㎡ 단일 면적으로 설계됐다. 동부건설이 인천 굴현동에서 짓는 계양센트레빌 역시 전체 공급물량의 63%가 전용 84㎡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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