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이 일어났다.
대물 윤식이 기어이 장원을 먹고야 말았다.
이것은 본인의 피나는!! 노력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정황들이 함께 빚어낸 합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재신을 무사히 대사례 장으로 올 수 있게 한 여림 용하의 재치,
걸오 재신의 부상 투혼, 가랑 선준의 왼손 신공,
그리고 장의 하인수의 눈물나는 순정이 그 정황들이다.
기적은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이었다.
정약용 선생도 일단은 윤희에게 기회를 주기로 했다.
근데 7화를 보다 보니, 아... 이거 참....
성균관은 순정남들이 대거 모여 있는 곳이었다.
조선시대라, 낭만과 순정이 미덕임은 이해할 수 있으나
그 면면들이 다들 사연이 있고 애처롭기까지 하다.
우선 구용하.
용하는 참으로 그 순발력과 재치와 임기응변과 위기 대처 능력이 유생들 중 으뜸이렷다.
상황 파악이 재빠르고 어떤 수를 놓아야 상대방이 꼼짝을 못하는지 다 꿰뚫고 있다.
그러나 그 재주도 정약용 박사 앞에서는 한 수 아래일지니, 이는 좀 더 갈고 닦아야 할 필요가 있음이라. ㅎㅎ
재신을 구해준 그 유려한 언변과 관군 앞에서의 대범함은 절로 박수를 쳐주고 싶게 만들었다.
용하의 순정은 재신을 향해 있다.
뭔가 필요에 의해 장의 세력과 어울리고, 호기심에 의해 윤식을 주시하거나 감싸고 돌아도,
마음에 우러나서 댓가 없이 신경쓰고, 친분을 쌓고, 도와주고, 걱정하는 것은 재신에 한정되어 있다.
다른 이들과는 선을 긋고 더 이상 다가가지 않으며 무난하게 원만하게 설렁설렁 넘겨도, 재신에게만은 다르다.
원작에서는 친구 이상의 분위기까지도 있는 모양이던데, 드라마에서는 일단 절친의 한도를 넘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재신의 반응은 대부분 까칠하거나 냉담, 귀찮음, 혹은 무반응이니 이를 어쩔꼬....
이번에 재신이 관군에게 붙잡힐 뻔 했던 상황을 구해준 것은 고맙게 여기고 있을테지만, 그뿐.
그러나 암튼 좀 더 친하려고 먼저 다가서고 말 붙이고 노력하는 쪽은 용하쪽이다.
용하의 순정은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 재신은 용하와의 우정을 돈독히 할 수 있을까.
아니면 용하 순정이 다른쪽으로 방향 전환이 될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오지랖 넓은 용하의 박애주의가 펼쳐질 것인가.
앞으로 두고 볼 일이다.
그리고 하인수.
하인수가 그리도 진심일 줄은 몰랐다. 그저 도도한 기생 계집 콧대를 꺾어주고 싶은 오기겠거니 했는데,
초선을 대하는 태도나, 초선이 관심을 주는 상대가 자신이 아님에 자존심이 심하게 구겨지는 상황에서도
오히려 초선을 위해 무모한 선택을 하는 것을 보고는, 아 이녀석 순정이구나... 싶었다.
그러고는 홀로 술로 마음을 달래다니...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녀석이 그런 구석이 있었단 말인가.
초선도 참 야속하기도 하지, 하인수의 마음이 어떤지 알면서도 일부러 보는 앞에서 손수건을 윤식에게 매어주다니,
그리고는 선처를 부탁하다니, 하인수는 이글이글 타 올라도 한 마디 대꾸도 하지 않고 이를 악문다.
마지막 활 시위를 당기면서 흘리던 한 줄기 눈물은, 저 악덕한 냉혈한에게도 순정이 있음을 보여 주는 증표라
마음이 짠해짐을 느꼈다. 그렇다고 해도 저 놈은 여전히 나쁜놈이긴 하지만 말이다.
아마 앞으로도 초선이 하인수에게 마음을 주는 일은 없을 것이다.
게다가 하인수의 아버지 병판도 초선을 노리는 마당에 부자지간에 꼴사나운 일을 벌이게 되는 건 아닐까 우려스럽다.
초선에 대한 질투를 어떻게 윤식에게 풀어낼지, 또 어떤 식으로 괴롭힐지가 앞으로 이야기 진행에 변수가 될 것 같다.
그 다음 문재신.
재신은 오로지 억울하게 죽은 형님의 원한을 풀고, 갈아 마셔도 시원치 않을 노론에 대한 복수의 일념에 불타고 있었다.
재신의 순정은 금등지사의 발견과 노론세력 타파로 향해 있었는데, 어쩌다가 윤식이라는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 버렸다.
그저 자그마한 관심이었다가, 윤식의 그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 어떤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는 꿋꿋함이
기특하기도 하고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들어 거칠게나마 보살펴 주었는데,
아 이 윤식이라는 놈이 그 예쁘장한 얼굴로 방긋방긋 웃으며 사형~ 사형~ 하고 따르니 그만 마음이 풀어져버렸다.
용하에게는 썩소만 날리던 녀석이 윤식에게는 긴장감 없이 배시시 웃는 모습을 보이고,
윤식을 물심양면으로 도와주고 탕평을 실천한 선준에게도 왠지 모를 동료 의식이 배인 사심 없는 웃음을 보이게 되며,
심지어 윤식에게는 에잇, 에잇, 하며 사내들의 목조르기 장난질까지 치게 되었다.
원래 목표 하나에만 매달리다가 다른 게 눈에 띄게 되면 방향성을 잃게 마련...
게다가 이제 윤식이 여자임을 8화에서 알게 되는 것 같은데, 윤식의 비밀을 지켜주려고 동분서주 애쓰는 모습이 훤하다.
만일 윤식의 아버지가 자신의 형님과 일을 함께 도모하다가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윤식에 대한 마음은 더더욱 걷잡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재신은 윤식을 지키기 위해 딸꾹질을 멈출 수 있을까....?
무뚝뚝하고 야생마 같은 걸오가 자상한 길들인 말이 될 수 있을까...?
그런 재신을 바라보는 용하는 또 어떤 변화를 겪게 될 것인가...?
재신의 순정은 과연 두갈래로 갈라지는 것일까....? 계속 지켜보자.
이제 이선준.
참 고지식한 청년이다. 원칙과 원리에 벗어나지 않으려 하고 지기 싫어하는 승부근성에, 단정한 몸가짐 마음가짐에,
뜻을 품으면 이루고야 말겠다는 의지에, 이제 가랑이라는 별호까지 얻으며 그야말로 타의 모범 그 자체이다.
선준의 순정은 학문에 있다, 고 본인은 믿고 있었다. 학문을 탐구하고 배우고 그 목적으로 성균관에 들어왔노라고,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재신과 용하의 말에 그렇게 순진하게 생각할 일이 아니라는 걸 차차 깨닫는 것 같다.
그러고는 장의 하인수에 대한 반발이라고 해도 좋고, 본인의 원칙 고수라 해도 좋을
당색을 떠난 탕평이라는 이념에 꽂힌 듯 하다. 원칙을 세우면 그대로 지키려는 이 답답한 녀석은
그래서 노론 대부분의 반발을 사기도 하지만 본인이 옳다고 믿는 이 탕평의 원칙을 목숨을 걸고 고수하려 할 것이다.
임금님이라는 든든한 지원군도 있으니 (아들을 나누어 가졌다는 말에 떨떠름한 표정의 좌상을 보라) 더욱 그러할 것.
그러다보니 자신을 흠모하는 여인의 마음을 알아주지도 못하고, 윤식에 대한 자신의 마음이 어떤건지도 모르고,
재신과 사이좋게 장난치는 윤식을 먼 발치에서만 바라보며 물만 벌컥벌컥 마시거나,
관대를 손수 매어 주는 아씨가 자신을 거의 안다 시피 하는데도 뻣뻣하고 무표정하게 있거나 하고 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윤식이 왜 자신에게 화를 내는지도 감을 못 잡고 있다. 하아... 이런 답답한 냥반....
그러나 원칙에 대한 순정이 지고지순한만큼, 이성에 대한 순정 또한 남다를 것이니 이 또한 전개되는 상황을 볼 일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순돌이.
순돌이의 선준 데련님에 대한 순정은 열춘향 저리 가라다.
어찌나 끔찍하게 위하고 아끼는지 누가 보면 거의 친형제인줄 알겠다.
바람 불면 날아갈새라 비 오면 젖을새라 혹시 탈이라도 날까 애지중지 어쩔줄을 모르며 보살피고 걱정한다.
일단 순돌이를 보면서 놀랐던 것은, 문자속이 있다는 것이다. 한자를 읽을 줄 안다는 것이었다.
아마도 선준이 가르쳤으리라. 조선시대에 양반도 아닌 몸종이 언문도 아닌 한자를 읽는 것은 여간 드문 일이 아닐텐데
선준의 신방례 밀지를 멋드러지게 해석까지 해 내는 실력이면 어지간한 성균관 유생들에 비해도 뒤지지 않으렷다.
모르긴 모르되 선준이 어릴적부터 가까이 두고 몸종으로 부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배움을 나누며
친구로서도 대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인간적인 배려가 순돌이를 선준에게 절대 충성을 맹세케 하지 않았을까.
부용각 담장을 넘게끔 등을 대 주고, 숙취 해소를 위해 꿀물을 가져 오고, 몸 상할까 우중 대사례 연습에 안달복달하고,
이런 순정이 또 어디 있을까. 게다가 큰 보답을 바라는 것 같지도 않다.
이런 순돌이이기에 선준 또한 의지가 되는 것이겠지.
성균관 유생은 아니지만 성균관 안팎으로 종횡무진할 순돌이의 활약이 기대가 된다.
이런 순정남들 사이에서 복받은 윤희는 윤식의 이름으로 살아가게 될 성균관의 나날이 어찌 될지,
금등지사의 비밀을 밝혀낼 수 있을지, 임금님의 유난히 따사로운 관심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그리고 윤희의 순정은 또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진다.
이상 이스론의 두런두런 열두번째 마침. 2010. 09. 21.
* 즐거운 한가위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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