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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부치와 더스티 : 최근에는 개는 암 진단에까지 활용되고 있다

윈터원더랜드 2010. 3. 12. 11:01

부치와 더스티

국민일보 | 입력 2006.01.22 18:20

 




미국 인디애나주 센터톤에 사는 빌 번스씨는 지난 12일 저녁 9시경 '부치'와 '더스티'라는 개 두 마리와 산책을 나섰다. 당뇨병을 앓고 있는 그는 매일 개들과 운동 삼아 산책을 했다. 그는 산책 도중 저혈당 쇼크로 갑자기 옥수수 밭 가운데 쓰러졌다. 늦은 시각 그를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두 시간이 지난 밤 11시경 인근 도로변에서 과속 차량을 단속하던 보안관 대리 스티븐 호프만씨는 멀리 옥수수 밭에서 계속 흔들리는 불빛을 발견하고 다가갔다. 애완견 '부치'가 주인이 들고 있던 손전등을 입에 물고 흔들고 있었다. '더스티'는 번스씨의 몸에 누워 체온을 지켜주고 있었다.

전북 임실군 오수에 전해오는 '오수 개' 이야기도 비슷하다. 거령현 사람 김개인은 개 한 마리를 길렀는데 매우 귀여워했다. 어느 날 주인이 술에 취해 길가에 잠이 들었는데 마침 들불이 번지고 있었다. 개는 가까운 곳에 있는 냇물에서 몸을 적셔와 주인이 누워 있는 주변의 풀에 비벼 주인을 보호했다. 개는 기운이 다해 죽었고,주인은 깨어나 이 사실을 알고 무덤을 만들어 후히 장사를 지냈다. 지팡이를 꽂아 무덤을 표시했는데 나무로 크게 자라자 이를 오수(獒樹)라 했다고 한다.

최근에는 개는 암 진단에까지 활용되고 있다. 인간보다 100만배나 후각이 발달한 '개코'를 이용해 소변 냄새로 방광암을,그리고 입 냄새로 위암과 식도암을 진단한다니 신기하고도 고마운 일이다. 세계적 암병원인 미국 텍사스 주 소재 MD 앤더슨 암센터에서는 암환자들의 재활치료에 개를 이용하고 있다.

한번 주인을 섬기면 결코 배신하지 않는 개는 주인이 설사 자기를 버리더라도 원망하거나 복수하지 않는다. 신의를 헌 신짝처럼 버리고,배신을 손바닥 뒤집기보다 더 쉽게하는 요즘의 세태 속에서 '부치'와 '더스티'가 주인을 구해낸 이야기는 인간들을 부끄럽게한다. 인간의 못됨을 비난할 때 개를 들어 욕하는 것도 이해할 만하다.

우리나라 애견인구는 약 350만명. 그러나 지난해 서울에서만 버려진 유기견수는 1만5000여마리. 이 중 60%가 안락사 처리됐다고 한다. 달면 삼키고 쓰면 �b는 인간의 비정함이 개의 조건 없는 주인 사랑과 대비된다. 2007년부터는 새로운 동물보호법에 따라 애완견 주인의 개 관리의무가 강화되고 등록제가 실시된다. 주인으로부터 버림을 받고 슬프게 죽는 애완견이 더이상 없었으면 한다. 병술년,개의 해 벽두에 전해진 충견의 따뜻한 이야기가 모든 이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한다.

이강렬 논설위원 ry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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