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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쌀뒤주와 화수분(widow's cruse)

윈터원더랜드 2009. 5. 16. 22:16

도깨비 쌀뒤주와 화수분(widow's cruse)

 

 

소설가 전영택의 대표적인 단편소설 중에 <화수분>이 있다. 화수분은 재물이 끊임없이 나오는 보배 그릇의 순수 우리말이다. 화수분은 도깨비가 자신에게 도움을 준 사람에게 주는 선물로 자주 등장한다. 변덕이 심하고 심술도 많은 장난꾸러기 도깨비이지만, 그들에게 도움을 주거나 하면 금은보화나 쌀이 무한정 나오는 이 화수분을 선뜻 내밀기도 한다.

충북 청주시 용암1동 동사무소에는 150킬로의 쌀이 들어가는 쌀뒤주가 하나 있다. 남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위치한 이 뒤주는 먹거리를 해결하지 못할 정도로  어려운 이웃 주민을 돕고자 하는 사람들이 남몰래 쌀을 채워준다. 그래서 이 쌀뒤주를 화수분과 같은 '도깨비 쌀뒤주' 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 일부 얌체들이 승용차를 몰고 와서는 이 뒤주에 있는 쌀을 퍼간다는 서글픈 소식이 전해졌다. 정작 배고픈 주민은 아랑곳하지 않는 일부 비양심적인 인심에 또 한번 따스한 온정이 얼어붙어 버린 듯하다. 누구인지는 몰라도 도깨비가 가만 두지는 않을 것 같다.

서양에도 화수분과 같은 단어가 있는데, widow's cruse가 그것이다. 흉년이 들었을 때, 기름을 담아두는 토기 항아리에 신기하게도 먹을 양식이 계속 나왔다는 뒷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