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통령이 인종주의자(racist creep)라구?
2012년 하계 올림픽이 런던에서 열리게 되었다. 이번 올림픽 개최지 선정은 그 어느해 보다도 뜨거웠는데, 유럽의 대표적인 두 도시인 영국의 런던과 프랑스의 파리가 맞붙은 것이었다. 프랑스에서는 이를 새로운 100년 전쟁(Hundred Years’ War)으로 부르기도 했다.
100년 전쟁이란 1337년부터 1453년까지 무려 116년에 걸쳐 프랑스 영토에서 영국과 프랑스 간에 벌어진 전쟁이다. 유명한 프랑스의 잔다르크도 이 100년 전쟁에서 프랑스의 승리를 위해 목숨을 바치기도 했었다. 100년 전쟁에서는 결국 프랑스가 승리했다.
그런데, 100년 전쟁의 승리를 장담하던 프랑스에 커다란 변수가 하나 생겼다. 프랑스의 시라크 대통령이 근소한 승부가 예상되는 시점에서, ’음식 맛이 형편없는 나라 사람들은 믿을 수 없다. 핀란드를 제외하면 영국이 유럽에서 가장 음식 맛이 없다.(British cuisine is the worst in the world after Finland’s.)’라며 영국 음식에 대한 폄훼 발언을 내뱉은 것이다. 영국의 음식 문화를 낮추어 표현한 것이었지만 이 발언의 파장은 상당한 것이었다. 가만히 있다가 뒤통수를 맞은 핀란드 IOC 위원들과 핀란드에 우호적인 일부 위원들이 파리를 포기하고 런던에 표를 던졌을 것이란 추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4표차의 박빙의 승부에서 말이다. 2표가 어느 한 나라에 몰리는 것은 4표 차이를 의미하는데 핀란드의 2표가 승부를 갈랐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시종 불리한 상황이던 런던이 시라크 대통령의 음식 폄훼 발언으로 대역전에 성공해 올림픽 개최지로 결정되자, 영국에서는 블레어 총리를 트라팔카 해전을 승리로 이끈 넬슨 제독의 화신으로 치켜세웠다. 결국 이번 올림픽 개최지 경쟁은 프랑스가 승리한 100년 전쟁이 아니라 영국이 200년 전 프랑스 함대를 격침시킨 트라팔카 해전이었던 셈이며,그 핵심에는 시라크 대통령의 음식 폄훼 발언이 있었던 것이다. 영국 언론은 영국 음식 발언 이후 시라크 대통령을 역겹고 좀스러운 인종주의자(nasty, petty racist creep)라고 논평했다.
creep은 속어로 불쾌한 사람이나 보기 싫은 녀석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