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만기일 대규모 매도로 이득 챙길 가능성
지난해 국내에서 발행된 주가연계증권(ELS)의 80%가 헤지(위험회피)를 외국계 금융회사에 맡기는 백투백(BTB) 방식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국내 투자자들이 구매한 ELS 5개 중 4개가 최근 발생한 한화증권 ELS 수익률 조작 의혹과 유사한 잠재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뜻이다.
ELS는 개별 주식의 가격이나 주가지수에 연계돼 수익이 결정되는 상품으로 투자한 기초자산이 만기 때까지 일정 수준 이상 하락하지 않으면 높은 수익을 지급하지만 한 번이라도 벗어나면 손실을 볼 수 있다.
![]() |
국내 증권사 중에서는 하나대투증권이 백투백 헤지 비율이 발행잔액의 97.7%로 가장 높았고, 대신증권(93.1%), 우리투자증권(90.1%), 신영증권(86.2%), 현대증권(83.4%) 등의 순이었다.
증권사들이 백투백 방식을 선호하는 것은 상품설계와 헤지 능력이 외국계보다 떨어져 외국계에 맡기는 편이 비용이 덜 들기 때문이다.
국내 증권사 ELS 담당자는 “자체적으로 상품을 개발하면서 헤지도 자체적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파생상품 규모가 커지면 설계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수익률 보장을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외국계 증권사나 투자은행(IB)에 맡기는 백투백 방식을 활용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는 자본시장법 시행으로 원자재·금·탄소 등을 기초자산으로 한 신종 ELS가 속속 등장하게 되면 백투백 헤지 비율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외국계 금융사에 대한 상품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투자자 손실이나 수익률 조작 위험도 커지고 있다. ELS 헤지를 맡은 외국계 금융회사가 만기일에 대규모 매도를 하는 방식으로 수익률을 낮춰 이득을 챙길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자본시장연구원 남길남 연구위원은 “ELS는 증권사가 발행해 금융감독당국의 통제를 받지만 상품 헤지는 장외파생시장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감독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고승덕 한나라당 의원은 “일반인이 상품구조를 파악하기 어려운 ELS 등 파생결합상품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금융감독당국이 적극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LS 헤지
증권사들이 ELS를 발행할 때 만기시 투자자에게 확정수익률을 제공하기 위해 주식선물을 미리 사둔다. 하지만 만기일에 주가가 목표치보다 덜 오르면 손해를 볼 수 있어 선물을 살 권리를 제3자에게 되파는데 이를 ‘헤지’라고 한다.